더북(TheBook)

아직 풋내기 티를 다 벗지 못한 스물일곱의 이상주의자 톰 칼린스키는 뭐라고 답하면 좋을지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면서 미소를 띤 채 루스의 책상 앞에 서 있었다. 루스는 바비를 역사상 가장 유명한 플라스틱 인형으로 만든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칼린스키는 사장님 앞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기에 말실수를 피하고자 미소를 방패 삼아 자신을 감추고 있었다.

“그래.” 루스의 눈빛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미소를 자유자재로 쓰지 못했다면 나도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 올 수 없었을 걸세. 지금 자네가 짓는 미소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일단 내가 잘생기고 매력 있다는 사실이라도 알려주는 게 좋겠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 말이 맞나?”

톰은 빙그레 웃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미소였다.

“그렇게 웃으니 훨씬 낫군. 하지만 내가 잘생기고 매력 있다고 한 게 곤란한 질문을 피해갈 면죄부를 주겠다는 건 아니야. 이제 답을 해보게, 젊은이.”

칼린스키는 “글쎄요.”라며 입을 뗐다. 그는 자신의 음성이 생각 외로 차분해서 약간 놀랐다. “바비가 끝났다고요? 제가 들어본 말 중 가장 어이 없는 말이네요. 말도 안 됩니다.” 그는 고개를 강하게 가로저었다. 그는 이제 언어, 몸짓, 표정으로 공간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후일 그는 자신에게 이러한 재능이 있다는 걸 더욱 강하게 깨닫게 되었다. “당신이나 나나 꽤 건강한 편이라 해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그러니 아마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되겠죠. 하지만 제가 장담하건대 바비는 우리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오래 남아있을 겁니다.”

“오, 그렇단 말이지?”라고 루스가 묻자 그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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