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여기저기서 피식 웃음이 터져나오는 바람에 단도처럼 거친 말들이 종적을 감추면서 혼돈이 잠시 사그라들었다. 세가의 저작권 관리 책임자였던 다이앤 드로즈네스(Diane Drosnes)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가부키맨이로군요. 가부키맨 때랑 똑같아요.” ‘가부키맨(Sgt. Kabukiman N.Y.P.D.)은 어설픈 뉴욕 경찰이 슈퍼히어로가 되는 내용을 담은 1990년작 코미디 영화였다. 이 주인공은 열 감지 젓가락, 죽음의 초밥 등을 이용해 초능력을 구사했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은 별로 없지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악의 영화라는 데 동의하는 졸작이었다. 하지만 도쿄 세가의 게임 개발자들은 이토록 끔찍한 영화를 게임으로 재탄생시킬 가치가 있는 훌륭한 영화로 평가해 저작권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로즈네스와 동료들은 이 아이디어가 터무니없다는 이유를 설명하느라 매달 팩스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이들의 의견을 단 한 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렇듯 문화적 차이 때문에 경솔한 결론에 이르는 일이 빈번했다. 어쨌든 한바탕 웃고나자 다시 거친 언쟁이 시작되었다.

칼린스키는 말을 아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어려웠다. 그래도 그 자리에서 장래에 도움이 될 직원 세 명을 발견한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그중 한 명은 수수께끼 같은 인물 도요다 시노부였고 나머지 둘은 마텔에서부터 알고 지낸 폴 리우(Paul Rioux)와 앨 닐슨(Al Nilsen)이었다.

“두 분 다, 그쯤 하시죠.” 리우는 약간 위협적으로 보일 만큼 권위 있는 태도로 말을 시작했다. 그는 움푹 들어간 눈과 힘 있는 저음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다부진 체격의 베트남 참전 용사였다. “재량권을 써서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시카고를 통해서 선적하면 허비한 시간을 조금 보충할 수 있을 겁니다.” 칼린스키는 마텔에서 리우와 함께 잠깐 일한 경험이 있었다. 당시 전자제품 부서 관리자였던 리우는 조직에 꼭 필요하다고 칭송받는 인물이었다. 세가 오브 아메리카로 이직한 후에도 리우는 조직원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호해 할 때 확실한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이었다. 베트남 전쟁부터 선반 자리 문제에 관한 다툼까지 그는 늘 원하는 일을 해내고야 마는 경이로운 검투사였다.

 

 


우리나라에는 ‘슈퍼 히어로’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신간 소식 구독하기
뉴스레터에 가입하시고 이메일로 신간 소식을 받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