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사람들이 게임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할 큰 행사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요?” 커다란 체구를 지닌 열정적인 마케팅 담당자 닐슨이 말했다. 동그란 안경테 아래 닐슨의 얼굴은 좀체로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일단 말을 시작하면 그의 내면에서 어린아이 같은 열정이 그칠 줄 모르고 솟아올랐다. “예를 들면… 음… 어린이날? 그래요! 어린이날 괜찮겠네요. 어머니의 날, 아버지의 날처럼 아이들의 날을 만드는 거죠. 그리고 아토믹 로보 키드를 어린이날 선물로 줄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어때요? 괜찮지 않나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닐슨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칼린스키는 마텔에서 함께 일하던 시절의 닐슨을 가끔 황금알을 낳는 재주를 부렸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닐슨이 샘솟는 아이디어 때문에 신난 모습을 보니 칼린스키의 마음이 살짝 편해졌다.

침묵이 길어지자 도요다가 온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유는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앨의 의견대로 해서 선적을 늦춘다면 2/4분기 연구개발비를 낮게 잡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아무도 답하지 않았지만, 회의실에 모여 있던 재무 담당자들이 이 의견을 적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들 마음에 들었던 게 분명했다. 도요다는 자주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입을 열 때마다 똑똑한 질문을 던지거나 정신없이 제기되는 많은 의견에 묻혀버린 중요한 발언을 건져내곤 했다.

칼린스키는 회의실 창밖을 바라보며 이곳 생활에 더 익숙해져야겠다고 또 한 번 생각했다. 그에게 적어도 리우, 닐슨, 도요다는 있지 않은가. 그는 심호흡을 했다. 모든 일이 잘 풀려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가 오합지졸을 향해 마음을 조금 더 열기 시작한 것과 동시에 회의는 다시 욕지거리가 난무하는 아귀다툼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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