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1. 아라카와

야마우치는 몇 년 전 성조기가 펄럭이는 나라의 시장에 발을 담갔다가 희망을 엿본 경험이 있다. 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한 무역회사와 일해왔다. 이 무역회사는 미국인 유통업자들에게 아케이드 게임기와 게임을 수출했고 유통업자들은 이들에게서 구입한 게임기와 게임을 미국의 소매업체에 판매했다. 이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은 별 볼 일 없는 수준이었지만 야마우치는 무역회사를 빼고 닌텐도 사업을 유기적으로 성장시킬, 믿을 만한 사람을 직접 미국에 보낸다면 기회의 땅이라 불리는 미국에서 큰돈을 벌 기회가 있으리라고 믿었다.

미국은 세세한 부분까지 끊임없이 신경 써야 하는 위험하고 까다로운 시장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제를 잘 감당할 만한 사람이 딱 한 명 있었으니 아라카와 미노루(Arakawa Minoru)였다. 답답할 정도로 수줍음을 타는 사내이긴 했지만, 그래도 MIT를 졸업한 34세의 재원이었다. 아라카와는 닌텐도 미국 지사를 세우기에 충분한 통찰력과 지식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교토 기반의 유명 섬유 회사를 1886년부터 운영해온 부유한 집안의 자제였다. 그는 이미 북미 지역에 머물며 밴쿠버의 마루베니(Marubeni)사에서 콘도미니엄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에 품고 있는 애정 또한 깊었다. 대학 졸업 후 중고 폭스바겐 버스를 몰고 국토 횡단 여행을 하던 시절은 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추억 중 하나였다.

어떤 점으로 보나 아라카와 미노루는 완벽한 후보였다. 문제는 그의 아내가 야마우치의 딸, 요코라는 점이었다. 요코는 아버지가 가정을 따뜻하게 돌보지 못한 이유가 모두 닌텐도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남편이 닌텐도 일을 맡는다면 똑같은 역사가 반복되리라 생각했기에 완강히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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