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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링컨

링컨이 아라카와를 처음 만난 건 약 1년 전 자신의 고객이었던 앨 스톤과 론 주디가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 계약서를 검토해달라고 부탁했을 때였다. 그 후 링컨은 회사의 모든 법적 문제에 관여하며 아라카와의 오른팔로, 더디지만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했다. 미국에서 사업하려면 사실상 거의 모든 일을 법적으로 검토해야 했기에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가 성장하는 동안 링컨은 다양한 일을 처리했다. 스톤과 주디를 각각 NOA의 영업 부사장과 마케팅 부사장으로 세우는 새로운 고용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아라카와가 관심을 두는 다양한 사업, 이를테면 처키 치즈 피자 타임 시어터(Chuck E. Cheese Pizza Time Theater)의 가맹점 권리를 취득하는 방법에 대해 검토해 주기도 했다. 또 보안관이 동키 콩 해적판 제조업자를 덮칠 수 있게 조치하는 등 험한 일도 처리해주었다. 이러한 과정을 함께 겪으면서 링컨과 아라카와는 평생 변치 않을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그래서 19824MCA 유니버설(MCA Universal)사가 닌텐도의 동키 콩1933년작 ‘킹콩(King Kong)’의 저작권을 침해했으므로 그 게임으로 벌어들인 모든 수익을 48시간 이내에 모두 양도해야 한다는 내용의 텔렉스를 미국 소비자 연맹에 보냈을 때, 이 소식을 듣고 아라카와가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도 링컨이었다.

링컨과 아라카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갔지만, 상대는 이미 닌텐도를 제대로 털어보겠다고 작심한 상황이었다. 대놓고 말하지 않았을 뿐 유니버설이 보낸 최후통첩의 내용은 간단했다. 자신들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면 닌텐도처럼 작은 업체가 굴복할 때까지 숨통을 조이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한 닌텐도가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은 몸값을 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링컨은 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니버설에 손해 배상금까지 받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위험 요소가 있는 결정이었지만 아라카와는 하워드 링컨의 말이라면 언제든 믿고 운명을 걸어볼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닌텐도 정신에 따라 운명을 하늘에 (그리고 하워드에게) 맡기자는 심정으로 MCA 유니버설이라는 괴물과 맞붙어보기로 했다.

 

 


미국의 유명 피자 체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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