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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결말이 브루스 라우리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닌텐도의 발자취를 쫓으려는 일본의 비디오게임 제작사들은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가 뉴욕에서 거둔 성공에 주목했다. 패미컴의 성공을 목격하고 곧 콘솔 제품을 출시한 세가도 닌텐도와 경쟁할 수준까지 성장하길 꿈꾸는 회사였다. 닌텐도가 미국의 비디오게임 시장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한 이후, 세가는 8비트 마스터 시스템을 출시하고 NES와 정면으로 맞서고자 라우리를 고용했다. NOA는 라우리를 대체할 인물로 새로운 ‘브루스’를 고용했다. 브루스 라우리 이상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 브루스 도널드슨(Bruce Donaldson)이 그 주인공이었다.

서글서글한 성품의 전 마텔 전자제품 담당 부사장인 도널드슨은 성장통을 앓는 젊은 회사에 평온하고 침착한 기운을 전해주는 현자 같은 존재였다. 그는 아타리 시대의 부침을 겪고도 살아남은 자로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대신 이번에는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아볼 심산이었다. 그렇게 그는 닌텐도가 한창 성장통을 겪던 1986년 초에 입사했다.

뉴욕 출시에 성공하자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 애초 계획은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에서 뉴욕과 비슷한 실험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부 뉴욕 소매업체가 바로 전국 진출을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토이저러스가 이를 강력히 주장했다. 물론 기막히게 좋은 생각임에는 틀림없으나 닌텐도가 모든 체인점에 공급할 정도로 물량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닌텐도와 토이저러스는 결국 일곱 개 지역으로 타협을 보았다. 그런데 제품을 특정 지역으로 배송하는 것이 쓸데없이 복잡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방정식의 균형은 금세 무너졌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닌텐도가 편파적으로 회사를 운영한다고 본 소매업체들이 정치적인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NOA가 사세 확장을 꿈꾸며 해외 진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앨 스톤은 독일로 가서 유럽 시장 진출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그 사이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한 론 주디는 자기도 독일에 가야 할지, 아니면 비디오게임 산업에서 아예 손을 떼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타리 유령을 겨우 막아내고 있는 닌텐도의 앞길에 라우리가 이끄는 세가 같은 경쟁자들이 나타났다. 도널드슨은 최대한 문제를 막아보려 했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인사, 물류,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문제가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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