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8. 닌텐도 파워

이때 NOA를 도운 인물이 고지식한 마케팅의 달인, 빌 화이트(Bill White)였다. 그는 작은 눈에 커다랗고 둥근 안경을 쓰고 다녔는데 머리를 자른 후에는 열세 살처럼 보일 정도로 소년티가 남아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고작 서른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브랜드 인지도, 시장분석, 전략적 제휴에 관해 논할 때면 자기 또래보다 두 배 앞서는 전문성을 보였다. 이 같이 뛰어난 능력은 마케팅을 향한 종교에 가까운 믿음, 매디슨가에서 광고인으로 활약한 아버지를 둔 집안 내력, 손을 대는 모든 일에서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만성적인 불안감에서 기인했다. 화이트의 가능성을 알아본 피터 메인은 19884월 그를 닌텐도의 첫 번째 광고 및 홍보 책임자로 임명했다.

화이트가 입사한 당시 마케팅 부서에는 그와 메인, 게일 틸든(Gail Tilden), 이렇게 세 명의 직원이 있었다. 틸든은 백과사전에 가까운 기억력을 자랑하는 똑똑한 갈색 머리 여성이었다. 화이트는 인력 부족으로 인해 광고 제작자, 언론 담당 비서, 피터 메인이 실수했을 때 뒤처리하는 역할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역할은 타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비디오게임 천하에서는 닌텐도가 왕처럼 군림하고 있긴 했지만, 업계 밖 세상에서는 아직 닌텐도의 존재를 몰랐다. 화이트는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해 <포천(Fortune)>이 선정한 500대 기업들에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 결과 펩시 음료 캔 20억 개 위에 닌텐도 광고를 새기고 세제 제조업체인 타이드(Tide) 매장 내 거대 상품 진열대에 마리오를 등장시키는 등 홍보에 있어 중요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슈퍼 마리오 3 출시 당시 맥도널드(McDonalds)와 협상하여 슈퍼 마리오 해피밀을 만들고 게임 관련 광고 시리즈를 제작하게 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노력 덕에 화이트는 메인의 보호를 받는 오른팔이 되었다. 하지만 메인이 이 어린 마케팅 담당자의 야망을 채워줄수록 그의 책임 범위는 점점 늘어났고 마케팅 방정식의 또 다른 축인 틸든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아라카와는 이 생기 넘치는 직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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