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빌 화이트가 많은 역할을 맡은 사람이라면 게일 틸든은 그 역할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틸든이 입사했던 19837월 비디오게임은 곧 유명을 달리할 유행 상품에 지나지 않았다. 론 주디, 브루스 라우리 밑에서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의 광고 담당자로 있던 그녀는 닌텐도의 최신 아케이드 게임을 홍보할 새롭고 흥미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녀의 창의적인 사고방식과 지략,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은 아라카와는 나중에 그녀에게 뉴욕의 시험 출시 마케팅을 맡겼다. 그녀는 그해 여름을 뉴욕에서 보내면서 광고 대행사와 홍보회사를 섭외해 업계 홍보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만한 Now Youre Playing with Power!(이제 당신은 초능력자!)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닌텐도의 첫 번째 광고를 선보였다. 이렇듯 초창기에 회사를 키우는 데 일조한 그녀였건만, 시간이 흐를수록 회사 내에서 그녀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속상했지만 자신의 입지를 다시 회복할 논리적인 명분은 찾을 수 없었기에 틸든은 첫 아이가 생긴 1987년, 출산 휴가를 핑계로 퇴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라카와는 이대로 그녀를 떠나보낼 생각이 없었다. 틸든의 업무 능력과 속도를 높이 산 그는 어떻게든 틸든을 회사에 붙잡아두고 싶었지만 상황은 좀처럼 바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아라카와는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다시 데려올 방법을 몇 달이나 고민한 끝에 마침내 해결책을 찾아냈다.

틸든이 태어난 지 6주 된 아들을 돌보던 어느 날, 중요한 회의가 있으니 내일 사무실에 와달라는 아라카와의 전화를 받았다. 예기치 못한 연락이었지만 그녀는 아라카와가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틸든은 다음 날 아이를 데리고 NOA 본사로 향했다. 아들은 믿을 만한 동료에게 잠시 맡겨두고 아라카와와 NCL에서 온 일본인 동료들이 참석한 회의에 들어갔다. 닌텐도 펀 클럽 소식지를 보강해보자는 게 회의의 주제였다. 1988년에 닌텐도 펀 클럽 월간 소식지를 받아보는 회원 수는 100만 명이 넘었고 매주 15만 통 이상 오는 상담 전화를 응대하기 위해 게임 카운슬러도 500명 이상 고용해야 했다. 게임에 대한 팁이나 힌트, 추가 정보를 지속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플레이어가 많았기 때문에 이들의 바람을 제대로 충족시켜주려면 아예 잡지를 발간하는 게 낫겠다는 게 아라카와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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