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마스코트 경연에 나온 그 특이한 캐릭터 있잖아요.” 이렇게 설명해도 칼린스키가 전혀 모르는 눈치였기에 슈뢰더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칼린스키가 오기 전 세가는 앞으로 회사를 대표할 마스코트를 뽑기 위해 사내 경연을 열었다. 마리오를 본떠서 만든 실패작 알렉스 키드(Alex Kidd)가 당시 회사를 대표하는 캐릭터였는데 새로운 마스코트를 뽑아서 대체할 예정이었다. 일본 프로그래머들은 후일 ‘마이티 더 아르마딜로(Mighty the Armadillo)’ 캐릭터로 변신한 아르마딜로를 비롯해 개, 고양이, 치타, 잠옷을 입은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귀를 늘어뜨려 물건들을 모으는 활기 넘치는 토끼 등 다양한 마스코트를 제출했다. 그중 최종 1, 2위를 다툰 캐릭터는 만화영화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알과 빨간 신발을 신은 청록색 고슴도치였다. 고슴도치 캐릭터를 만든 건 오시마 나오토(Oshima Naoto)였고 그는 이 캐릭터를 ‘미스터 니들마우스(Mr. Needlemouse)’라고 불렀다. 나카야마가 이 두 최종 후보를 보여주자 카츠는 둘 다 엉망이라고 평했다. 그는 알 캐릭터는 우스꽝스럽고 고슴도치 캐릭터는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사람들은 고슴도치가 뭔지도 모를 텐데 도대체 누가 관심을 갖겠느냐고 했다. 카츠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지만, 나카야마는 미스터 니들마우스로 밀고 나가기로 하고 오시마에게 이 고슴도치 캐릭터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게임이 무엇일지 연구해보라고 지시했다. 오시마는 똑똑하고 성미 급한 개발자 나카 유지(Naka Fuji)와 손을 잡았다. 나카 유지는 인기 공상 과학 롤플레잉 게임(RPG) ‘판타지 스타(Phantasy Star)’ 개발 담당자였다. 이 게임은 은하계를 배경으로 펼치는 복수전에 뛰어든 강력한 여전사가 미야우(Myau)라는 이름의 쥐, 노아(Noah)라는 이름의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서 전투를 벌이는 내용이었다. 슈뢰더는 오시마와 나카가 세가의 새 마스코트를 주인공으로 개발한 게임에 구색을 갖춰서 세상에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명랑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늘 뭐든 감추는 것 없이 얘기하는 나카야마 상이 이 얘기를 빠뜨렸다니 좀 이상한데요? 어쨌든 그래서 우리의 직장, 경력, 생계가 전부 그 고슴도치에게 달려있다고 보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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