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유통이 회사의 혈맥이라면 세가는 얼마 전 수혈을 받은 참이었다. 세가의 마스터 시스템이 NES 판매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게 증명된 1988년, 세가는 장난감 업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장난감 생산업체 통카(Tonka)에 세가 제품 유통을 맡겼다. 하지만 통카는 비디오게임 마케팅과 판매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통카가 제품을 제대로 유통하지 못한 탓에 당시 아직 숨통이 붙어 있던 마스터 시스템의 명줄이 끊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나카야마가 마스터 시스템이 통카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앞으로 그런 일이 또 일어나는 것을 용납할 리 없었다. 그래서 폴 리우는 통카와 계약을 해지하고 세가 오브 아메리카가 자사 제품을 직접 유통하도록 조치했다. 나카야마는 이제 그 무엇도 회사의 앞길을 막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사 운영을 환히 꿰뚫어 보는 칼린스키의 눈에는 많은 장애물이 보였다. 브랜드 정체성도 부족했고 판매 실적도 부진했다. 무엇보다 닌텐도가 소매업체를 쥐고 흔드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사람들이 제품을 만날 장소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판매는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칼린스키는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직원들은 왜 당연한 얘기를 하느냐는 표정이었다. “그래요. 당연한 얘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그게 우리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벽에는 제네시스 판매점과 게임 시스템 판매 지역이 표시된 지도가 걸려있었는데 칼린스키는 이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제품을 팔아달라고 더 많은 소매업체를 설득해야 합니다. 알아요, 압니다. 말보다 실천이 어렵다는 거.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제 하향식으로 접근해보도록 합시다. 큰 업체와 계약하면 나머지는 따라오게 되어 있으니까요.”

“정확히 어떤 업체를 생각하시는 건가요?” 닐슨이 물었다.

칼린스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답했다. “월마트(Wal-Mart)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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