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칼린스키는 월마트에 제네시스를 무료로 제공하여 닌텐도보다 얼마나 더 좋은 제품인지 보여주면 월마트가 바로 제네시스를 판매하려고 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월마트가 보기에 닌텐도 제품은 평범한 판매 상품이 아니었다. 닌텐도 제품은 진열하는 족족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닌텐도가 내는 수익이 월마트 전체 수익의 10%에 달했기에 이 거대한 소매업체는 게임 제작사를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칼린스키는 이런 상황을 뒤집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시간을 좀 들여서 다른 데부터 알아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도요다가 제안했다.

“시간이라는 건 우리에게 사치품이나 다름없습니다.” 칼린스키가 답했다. 얼마 전 닌텐도는 그해 말 일본에서 슈퍼 패미컴(Super Famicom)이라는 16비트 게임기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인즉 슈퍼 패미컴이 1년 후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 가능성이 무척 크다는 얘기였다. 세가에는 늘 허락된 시간이 얼마 없다는 느낌이었는데 이 소식을 들은 후에는 그나마 있던 시간마저 더 단축된 느낌이었다. “슈퍼 패미컴이 지금 우리 코앞에 와있습니다. 카츠와 월마트의 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말해줄 사람 없습니까?”

리우는 카츠가 세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아칸소 벤텐빌에 있는 월마트 본사에 다녀왔을 때 이야기가 괜찮게 진행되었다고 설명했다. 칼린스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괜찮다’는 말이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형편없었던 게 나았다. 형편없는 건 기억에라도 남기 때문이었다. “그렇군요. 다시 가서 세가가 ‘괜찮게’ 일하던 시절은 지나갔다는 걸 알려줄 때가 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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