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얼마 전 휴대용 전자 게임을 들여놓을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전자제품 구매 담당자는 이렇게 말을 꺼냈다. “게임보이에 든 것과는 비교도 안 될 그저 그런 미식축구 게임이었습니다. 아들이 전 과목 A학점을 받았다거나 기타 등등 착한 일을 했을 때 부모님이 15달러 정도 주고 사줄 법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저랑 같은 직종에 근무하는 친구 녀석이 이런 풍문을 들려주더군요. 큰 업체들과 경쟁하느라 고생하는 한 소형 업체가 있었답니다. 경쟁 업체보다 약간의 우위를 점할 요량으로 NES 판매가를 5센트 정도 낮추고 이러한 사실을 일요일 자 신문에 광고로 알렸답니다. 하지만 이 광고를 본 다른 소형 업체가 닌텐도에 전화해서 이 사실을 알렸죠. 그리고 일주일 후 닌텐도의 배송 트럭이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5센트 할인해준 업체에 줄 물량은 확 줄었고 그 할인 소식을 닌텐도에 전했던 업체에는 평소보다 많은 양이 배송되었습니다. 순전히 우연이었다죠.” 그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하지만 얘기했다시피 그저 풍문일 뿐입니다. 아마도 사실이 아니겠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불법일 테니까요.”

칼린스키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단순한 불법이 아닙니다. 미국의 건국정신에 위배되는 행위입니다.”

구매 담당자는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 “뭐, 언젠가는 길을 금으로 도배하는 세상, 좋은 아이디어랑 엄격한 직업윤리 그리고 자력으로 해내려는 의지만 있어도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는 날도 있을 수 있겠죠. 근데 문제는 현실이 완전히 반대로 흘러가고 있는지 모른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는 여기까지 말을 마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일어나며 말했다. “사견입니다만, 저도 길을 금으로 도배하는 세상이 온다면 좋겠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칼린스키 씨, 당신은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제 대답은 ‘아니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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