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칼린스키와 슈뢰더, 닐슨은 이 고슴도치를 몇 줄짜리 설명 그 이상의 존재로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다. 처음에는 덜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송곳니, 목줄, 기타, 여자 친구를 없앴다. 그랬더니 점점 길을 잃은 새끼 고슴도치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들은 이 고슴도치를 든든하게 받쳐줄 이야기를 만들었다. 기타나 여자 친구 같은 주변장치보다 고슴도치의 성장 배경이나 캐릭터에 집중했다. 칼린스키와 슈뢰더는 사람들이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파란 고슴도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의 성격 형성 과정과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는 13쪽짜리 경전을 만들었다. 이 고슴도치는 네브래스카(Nebraska) 주에서 태어나 어릴 적에 아빠를 여의고 세계 정상급 속도로 달리기 위해 맹훈련을 했다. 그 과정에서 천재 과학자를 만나 잠시 아버지와 아들 같은 관계를 맺기도 했으나 과학자의 계획에서 빗나간 실험이 이 고슴도치를 악당으로 바꾸어버리면서 둘 사이는 멀어졌다.

이야기를 만든 세가 오브 아메리카 직원들조차 이 고슴도치가 자신들이 임기응변으로 대충 꾸며낸 캐릭터가 아니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실존하는 고슴도치에 대해 배우고 있는 게 아닌지 착각할 정도로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작성한 이야기를 마케팅에 적합하게 다듬는 동안 세가 오브 재팬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이 고슴도치를 스타로 만들어줄 ‘특별한 게임’을 열심히 만들었다. 그동안 닐슨은 늘 그래왔듯이, 캐릭터가 조금 더 강한 생명력을 얻도록 이 고슴도치에게 소닉 더 헤지혹(Sonic the Hedgehog)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가운데 이름을 ‘더(the)’로 한 건 언젠가 고슴도치를 대표할 만한 멋진 캐릭터가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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