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소닉은 단순히 회사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는 회사의 정신을 대변했다. 미친 듯 빠르게 달리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어떤 역경이 앞을 가로막아도 그는 절대 멈추지 않았다. 세가 오브 아메리카 직원들의 정신뿐 아니라 1990년대 초반의 문화적 시대정신까지도 소닉을 통해 구현되었다. 그에게서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커트 코베인(Kurt Cobain) 정신, 거만하지만 우아한 마이클 조던의 태도, 해야 할 일은 어떻게든 해내는 빌 클린턴의 업무 방식을 찾아볼 수 있었다.

칼린스키는 재정비를 마치고 나카야마에게 연락했다. “약간 변화를 주었습니다. 직접 한번 보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다시 전화하도록 하죠.”

“아닙니다.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니 당신이 받아볼 때까지 끊지 않고 기다리겠습니다.” 칼린스키는 세가 오브 아메리카에서 수정한 고슴도치를 팩스로 보냈다.

조용히 킬킬거리던 나카야마의 웃음은 금세 잦아들었다. “이건 우리가 보낸 고슴도치가 아니잖습니까. 여자 친구는 어디 갔습니까? 날카로운 이빨은요?”

“제가 기대한 반응은 이게 아닙니다.” 칼린스키는 나카야마가 처음에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하지만 그는 실망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며 말했다.

나카야마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원래 신중하게 말하는 편이었으므로 그가 어떤 말을 할지 시간을 들인다는 건 특별히 중요한 상황이라는 뜻이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게 잘 팔릴 건지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후, 세가 오브 재팬에서는 볼멘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세가 오브 재팬에 있는 게임 디자이너들은 소닉의 면면을 자신들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소라면 아마 그 말이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닉은 미국에서의 성공을 목표로 만든 캐릭터였다. 따라서 세가 오브 아메리카는 미국인들의 취향과 선호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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