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며칠 뒤 나카야마는 칼린스키에게 전화했다. 마음이 더욱 닫힌 듯한 목소리였다. “이곳 직원들은 미국에서 자신들이 만든 창작물에 손댄 사실을 그리 기뻐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졌다는군요. 다시 원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칼린스키는 한 이름을 쓰는 세가가 본질적으로 세가 오브 재팬(Sega of Japan, SOJ)과 세가 오브 아메리카(Sega of America, SOA)라는 두 회사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SOJ에게는 새로운 고슴도치가 더 낫든 말든 그게 자기들 것이 아니라는 게 가장 중요했다.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의 알력이 아주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가부키맨 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건 분명했다.

칼린스키는 회사의 명운을 결정할 갈림길에 이르렀다는 걸 직감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재고해달라고 나카야마를 설득했다. “전 비디오게임 업계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처지입니다. 하지만 20년 넘게 장난감 업계에 몸담았습니다. 근데 장난감 업계가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십니까? 제품의 크기나 모양, 색깔 혹은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입니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 놀고 싶어 합니다. 자신이 그들 세상의 일부가 되고 그들이 자기 세상의 일부가 되길 바라는 겁니다.” 칼린스키는 넘치는 열정을 담아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 생각에 불과하긴 합니다만 우리가 새롭게 완성한 소닉 더 헤지혹보다 제 마음에 더 드는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느낀다면 저와 똑같이 느낄 사람 또한 많을 겁니다.” 칼린스키는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깊게 심호흡을 했다. 칼린스키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그가 약속했다는 사실을 되짚어주어야 할지 아니면 어떤 고슴도치가 더 인기 있는지 시장에서 실험해보자고 제안해야 할지 잠시 생각했지만 결국 이 모든 게 다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카야마에게 진실을 꿰뚫어 볼 통찰력이 없다면 소닉은 그에게 과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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