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그 결과 EA가 얻는 수익은 코나미 수익에서도 일부를 떼어서 받는 수준이었다. 물론 코나미의 수익도 닌텐도가 거둔 수익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렇게 받은 스케이트가 아니면 죽음을! 게임의 첫 달 저작권 수입이 EA가 만든 컴퓨터 게임 베스트셀러로 번 금액을 능가했다. 호킨스의 생각이 바뀐 건 바로 그 시점이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미래를 주도할 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없지만, 콘솔 게임 또한 미래를 주도하는 또 다른 축이 되리라고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 해도 닌텐도가 EA를 좌지우지하게 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세가를 꼼꼼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기술적인 면에서 볼 때 모토로라 68000 프로세서가 탑재된 16비트 제네시스가 EA 게임을 감당하기에는 더 적합한 기기였다. 하지만 세가는 시장 점유율이 보잘것없으면서도 닌텐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저작권 계약서를 강요했다. 가져가는 비율만 좀 낮을 뿐 하드웨어 회사가 소프트웨어 제조사에게 통행료를 받겠다고 생각하는 점은 똑같았다. 그래서 호킨스는 이를 피하고자 EA 직원들에게 제네시스를 리버스 엔지니어링하게 했다. 법망을 슬쩍 피하는 방식을 썼던 텐겐과 달리 EA는 합법적으로 ‘클린 룸(clean room)’ 환경을 조성했다. 이런 환경은 기계를 분해하는 엔지니어와 기계를 원하는 대로 고치는 엔지니어 사이에 정보 장벽을 만들어준다. 이들이 원하는 건 알다시피 콘솔의 보안 시스템을 피할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후 트립 호킨스는 마치 어린아이가 지은 모래성을 무너뜨리고 의기양양해하는 사람처럼 세가 직원들 앞에 신이 난 모습으로 서있었다.

“좋습니다, 트립.” 칼린스키는 종일 맞춰보던 경우의 수를 또 한 번 속으로 맞춰보며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한 건지 한번 말씀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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