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호킨스가 말을 마치자 칼린스키는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끝난 건가요? 눈물은 안 흘리십니까? 이왕 제 눈물을 빼기로 작정하셨으면 제대로 하셔야죠.” 세가 직원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상황을 과장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호킨스가 답했다. 하지만 이 말은 사실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칼린스키가 말했다. “그런 건 사업에 드는 비용으로 봐야 합니다. 게임 제작에 수십만 달러가 든다고 하셨죠…. 콘솔을 만드는 데에는 수백만 달러가 듭니다. 우리도 겨우 본전치기하는 수준입니다. 칼날을 팔려고 면도기를 나눠주는 셈입니다.”

“하지만 칼날은 저희가 만듭니다.”

“면도기는 저희가 만들잖습니까!” 칼린스키의 언성이 높아지자 도요다가 진정시키기 위해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호킨스도 지지 않고 언성을 높였다. “스티브 잡스같이 강박적인 미치광이도 자기가 만든 컴퓨터에 게임을 넣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하진 않습니다.” 호킨스가 부리는 고집의 진원지는 바로 여기였다. 그는 컴퓨터 분야에서 온 사람이었고 컴퓨터 분야에서는 어떤 컴퓨터에 넣을 어떤 게임이든 누구나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컴퓨터 제조업체가 돈을 주고 자기네 컴퓨터에 넣을 게임을 제작해달라고 요구하는 때도 있었다.

칼린스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 트립, 옳고 그른 걸 어떻게 판단하는지 어머니가 가르쳐주시지 않던가요?”

호킨스도 한숨을 쉬었다. “오, 톰. 당장 4/4분기에 어떤 난관이 기다릴지 걱정하는 남자가 할 만한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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