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행사장 안에 들어서자 칼린스키의 눈앞에 핀볼 게임기, 아동용 장난감 차, 아케이드 게임기가 끝도 없이 늘어선 광경이 펼쳐졌다. 마치 다섯 살 아이의 상상 속으로 순간 이동한 듯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천 명의 관람객 중에 아이는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자, 여긴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칼린스키가 물었다.

“마음에 드실 거예요! 일단 수백 개의 부스가 있는데 그중 절반은 쓰레기예요.” 닐슨은 이 말과 함께 길쭉한 직사각형 투명 상자 안에 맴도는 지폐를 잡으려 애쓰는 정장 차림의 남자를 가리켰다. “저런 부스들은 바쁜 일정을 쪼개서 틈틈이 비웃어줄 거고요. 그 외에는 주로 아케이드 게임들을 직접 해보면서 업계 동향을 파악해서 제네시스에 넣을 만한 게임이 있는지 찾으면 됩니다. 그다음에는 세가 오브 재팬 아케이드 팀과 보조를 맞춰서 그쪽에 우리가 진지하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게 해야겠죠. 마음에 드시나요?”

“아주 좋군요. 지금 당신 말은 우리가 게임을 하는 대가로 월급을 받을 거란 뜻이잖아요.”

“바로 그 점이 우리 일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은 이유죠.”

진짜 좋았다. 적어도 일부는 그랬다고 할 수 있었다. 스포츠 팬인 칼린스키는 뭐든지 운동에 비유하길 좋아했다. 평소 그는 세가 팀을 가르치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코치 역할, 아니면 월마트나 EA 등의 업체와 협상하는 단장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오늘은 원석을 찾아다니는 순수한 관찰자 역할을 하는 정찰 임무를 맡았다. 코치나 단장은 팀이 이기면 팀을 승리로 이끈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받지만 팀이 지면 숨 쉴 때 쓰는 산소조차 주기 아까운 무능력자 취급을 받는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오늘 맡은 익명의 역할은 가혹한 평가 시스템에서 벗어나 숨통을 틔울 좋은 기회였다.

신간 소식 구독하기
뉴스레터에 가입하시고 이메일로 신간 소식을 받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