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고틀립? 큐버트(Q*bert)§ 만든 회사 말이죠?”

“오호, 업계 공부 진짜 열심히 하셨나 봐요.”

“더디지만 착실히 하고 있습니다.” 칼린스키는 업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자신도 놀랐다는 듯이 답했다.

닐슨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소문내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진짜로 세상을 놀라게 할 업적을 남길 그 순간의 감동을 최대로 키우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의 기대치를 높이는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날 밤 칼린스키와 닐슨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스포츠를 관람하는 바로 향했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조금 일찍 나섰다. 둘 다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기에 각자 맥주 한 병씩 받아 들고 간단한 안주 몇 개를 나눠 먹으면서 그날 칼린스키가 수행한 아케이드 집중 훈련을 복습했다.

“눈에 띄는 게 좀 있던가요?” 닐슨이 물었다.

“확 끌리는 건 없던데요.” 칼린스키는 하루의 기억을 머리 속으로 훑으며 대답했다. 바랐던 대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행사였다. 멋진 제품들을 만들어내느라 열중하고 있는 세가 오브 재팬의 아케이드 담당자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어쩐지 좀 서먹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실제 타이토 부스에도 들렀다. 닐슨은 거기서 본 ‘히트 더 아이스(Hit the Ice)’라는 게임이 마음에 들었다. 하키 게임이긴 한데 평범한 하키 게임은 아니었다. 일반 하키 게임과 달리 이 게임의 팀은 공격수, 수비수, 골키퍼 세 명의 선수로 구성되었다. 심지어 상대 선수를 치고 차고 넘어뜨리는 등의 다양한 반칙을 장려했다. 엉망진창 만화 같은 구성이었지만 확실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칼린스키의 마음에 약간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자신의 느낌을 정확히 표현할 말을 고르기 위해 고심하며 입술을 뗐다. “다른 건 괜찮은데 폭력성이 좀 덜했으면 했습니다. 과하게 유혈이 낭자하는 게임이 많더군요. 당신이 보기엔 거슬리지 않던가요?”

“마음에 썩 드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니에요.” 닐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아케이드 게임은 원래 자극적인 편이니까요. 아케이드 사용자층은 제네시스 사용자층보다 조금 더 연령대가 높아요.”

 

 


§ 문어를 닮은 주황색 캐릭터를 피라미드 형태로 쌓인 큐브 위로 이동시키면서 각 큐브 바닥면의 색깔을 바꾸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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