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칼린스키는 묘하게 몸서리가 났다. “게임을 팔려고 쓰레기를 끼워 넣는 아이디어는 딱 질색입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죠?”

“물론 알죠.” 닐슨은 늘 이렇게 죽이 잘 맞았다. “하지만 훌륭한 게임에는 쓰레기가 필요하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결국,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잖아요. 이것만 기억하면 돼요. 게임의 생명은 게임이다.”

“전에도 들은 말이네요.”

“아마 앞으로도 또 들으실 거예요. 진실이 담긴 말이니까요.”

“게임의 생명은 게임이다?”

“게임이 좋아야 해요. 진짜 중요한 건 그거예요. 그것만 신경 쓰면 돼요.”

칼린스키는 그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심의 가책을 덜어낼 이유를 찾아내서 기뻤다. 탁자 너머를 바라보며 감사의 뜻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그는 오늘 하루를 정말 즐겁게 보냈다. 마치 사형대에 들어서기 전에 얻은 달콤한 휴식처럼. 하지만 그가 현재를 충분히 즐길 방법을 고민하는 사이 경기 시작이 임박해오면서 바 안에 가득 찬 왁자지껄한 소리가 그를 방해했다.

칼린스키와 닐슨의 시선이 TV 화면을 향했다. 둘 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해보려 했지만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자 그들이 응원하는 선수이고 새로운 게임의 얼굴이 될 주인공인 더글러스의 모습은 세가와 계약하던 때의 모습과 많이 달랐다. 체중이 최소 6~7킬로그램 정도는 붙은 얼굴이었고 링 안을 아무리 열심히 움직여도 그저 둔해 보일 뿐이었다.

칼린스키와 닐슨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허!” 닐슨의 입에서 불안감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홀리필드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상대를 금세 압도했고 3라운드에서 녹아웃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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