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칼린스키와 이사회의 관계는 잠시 잘 유지되는 듯했다. 그런데 밀컨이 회사 구조 조정을 단행한 이후 몇 년 동안 금리가 절반 가까이 떨어졌는데도 마텔은 채권자들에게 여전히 높은 이자를 내고 있었다. 칼린스키가 이 문제를 발견했고 이후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이러한 문제를 일으킨 원흉으로 지목되리라는 사실을 금세 깨달았다. 뭔가 조치를 취하려면 이사회 구성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사회 구성원 다수가 마텔의 채권자라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그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피하고자 자신이 낸 결의안에 대해 투표를 진행하되 단 마텔과 채무 관계가 없어서 공정한 판단이 가능한 이들만 참여하게 했다. 그 덕분에 그의 결의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이러한 그의 업무 진행 방식은 많은 이사회 구성원의 원성을 샀다.

이사회가 칼린스키를 대체할 정도의 힘은 아직 갖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세력과 지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사회는 칼린스키가 아직 38세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그의 부족한 지도력을 채워줄 인물이 있으면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칼린스키가 CEO직을 제대로 수행할 정도로 성장할 때까지 그의 곁을 지켜줄 공동 CEO로 마텔의 국제사업부를 이끌던 53세의 존 애머맨(John Amerman)을 내세웠다. 아니나 다를까 이 결의안은 통과되었다. 사실 칼린스키와 애머맨은 잘 지내는 사이였다. 하지만 이미 전열이 갈라섰다. 칼린스키와 이사회 사이에 벌어진 사내 정치 싸움이 전사로 퍼지면서 직원들은 하는 수 없이 둘 중 한쪽을 택해야 했다. 결국 이 때문에 회사가 분열되고 회사 기능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칼린스키는 자신보다 ‘더 원숙하고 현명한’ 공동 CEO에게 CEO직을 물려주고 사임했다.

신간 소식 구독하기
뉴스레터에 가입하시고 이메일로 신간 소식을 받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