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도요다는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물러났다. 칼린스키는 기대감에 젖어 잠시 가만히 있었다.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인식할 시간이 필요했다. 생각을 마치자 그는 곧장 사무실을 갈지자로 휘젓고 다니며 닌텐도 슈퍼 패미컴을 볼 마음이 있는 직원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세가 오브 재팬은 야마우치의 자정 배송 작전에 투입된 콘솔 30만 대 중 2대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1대는 자신들이 보관하고 나머지 1대는 칼린스키와 그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세가 오브 아메리카에 보냈다.

세가가 지목한 경쟁 상대는 NES였지만 진짜 중요한 전쟁은 닌텐도가 16비트 게임기를 출시하면서 시작되리라는 걸 칼린스키는 알고 있었다. 미국 출시일이 언제일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추론하자면 일본 닌텐도 모회사가 16비트 게임기를 출시한 지 1년 이내에 미국에서 제품을 출시할 가능성이 컸다. 이번에도 닌텐도가 똑같은 전략을 구사한다면 1991년 가을에 신제품 콘솔이 출시된다는 말이었다.

칼린스키는 닌텐도가 이번에도 똑같은 전략을 구사하여 그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길 간절히 바랐다. 그렇게만 되면 닌텐도의 비기에 대응할 시간이 적어도 9개월 확보될 뿐 아니라 소닉에 관해 소문을 내서 대중의 애를 태우다가 가장 강력한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시점으로 출시일을 고를 여유도 생길 것이었다. 칼린스키는 닌텐도가 출시를 1년 미루는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길 간절히 바랐다. 닌텐도의 약점을 알아낼 시간, 가게 진열대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할 시간, 소비자의 마음에 파고들 시간이 늘어나길 바랐다. 물론 이런 바람은 닌텐도의 16비트 게임기가 세가가 경쟁해볼 만한 수준의 제품이라는 전제가 없다면 무의미했다. 다행히 칼린스키는 자신이 맞붙을 상대가 어떤지 이제 막 확인할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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