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그런데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게 있으니 표면적인 부분은 그쯤 해두죠. 자, 이제 내용물을 봅시다. 앨, 당신이 해줄래요?” 칼린스키가 말했다.

“물론이죠.” 닐슨은 대답과 동시에 슈퍼 패미컴을 텔레비전에 연결했다. 세가에서 발생하는 AV 기기 관련 문제는 보통 닐슨이 해결했다. 그는 마케팅 쪽 일이 잘 안 풀리면 게임이나 영화, 프레젠테이션용 기기 관련 일을 업으로 삼겠다고 농담하곤 했다. “준비됐어요.” 닐슨이 마지막 전선을 연결하며 말했다. “게임만 있으면 되겠는데요?”

칼린스키는 닐슨에게 슈퍼 마리오 월드가 담긴 회색 카트리지를 건넸다. 닐슨은 카트리지를 넣으려다 연극이라도 하듯 과장된 몸놀림으로 멈췄다.

“무슨 일입니까? 또 숨겨진 버튼이라도 있습니까?” 칼린스키가 물었다.

“아니요.” 닐슨은 이렇게 답하며 카트리지를 들어서 아랫면을 보여주었다. “이것 보세요. 새 게임기에서는 옛날 게임을 못해요.”

“변환 장치라도 있지 않겠습니까?” 칼린스키의 말에 리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이 크죠. 우리가 마스터 시스템 게임용으로 만들었던 것처럼요.”

닐슨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카트리지를 집어넣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 생각에는 닌텐도가 스스로 큰 해를 자초한 것 같아요. 우리가 하려 해도 이 정도 해는 못 입혔을 거예요. 아마 자만심 때문이겠죠.” 닐슨은 화면에 게임 제목이 나타나자 말을 멈췄다.

닐슨이 첫 번째 판을 하는 동안 세가 직원들은 조용히 게임을 지켜보았다. 모두가 공통으로 받은 첫인상은 마리오에 비해 소닉이 월등히 빠르다는 것이었다. 소닉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강한 느낌을 주는 반면 마리오는 평화롭다고 할 정도로 조용조용했다. 무엇보다 소닉은 새로웠고 마리오는 이상하리만치 이전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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