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전화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랬다면 이걸 보여드릴 수가 없었을 겁니다.” 칼린스키는 손을 뻗어 가방 안에서 슈퍼 패미컴을 꺼냈다. “직접 확인해보십시오. 이걸 연결해볼 텔레비전이 있을까요?”

“있긴 하지만 연결해볼 생각은 없습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칼린스키는 무척 놀랐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물었다.

“당신이 여기서 무엇을 보여주든 우리가 닌텐도 덕에 큰돈을 벌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16비트 게임기가 진짜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고 부모들이 난리를 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제품을 살 겁니다. 우리에겐 그 점이 중요합니다.”

칼린스키와 도요다는 그들 앞에 벌어진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 무엇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 이 남자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는 하지만 월마트는 앞으로 일어날 일은커녕 그들 눈앞에 있는 것을 볼 생각조차 없었다. 이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회의를 마친 후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도요다는 차창 밖으로 무언가를 보더니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을 받고는 운전사에게 차를 잠시 세워달라고 했다. 월마트 본사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칼린스키는 도요다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도요다는 실실 웃으며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마치 아까는 분명 실실 웃지 않았지만, 이번엔 확실히 얼굴 근육을 쓸 만한 가치가 있는 걸 발견했다고 말하는 듯했다. 두 사람은 택시비를 내고 택시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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