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게임 제작은 승인이 난 후에야 시작된다. 많은 자원을 투자한 퍼블리셔는 잠재 수익을 키우기 위해 게임을 대량 주문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저작권 계약서는 제조사인 닌텐도가 제작 양을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험상 퍼블리셔들은 자신이 원하는 양의 25% 정도를 받는다. 물론 그마저도 닌텐도의 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퍼블리셔는 게임 카트리지가 제조되고 배송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보통은 제조에 한 달, 배송에 한 달, 총 두 달 정도 걸린다. 하지만 다른 모든 과정이 그렇듯이 여기에도 보장은 없다. 태풍 때문에 선박의 경로가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배송은 또 일주일 미뤄진다. 전 세계적으로 칩 품귀 현상이 일어나기라도 하면 배송은 무기한 지연된다. 닌텐도는 1988년에도 이런 상황이 발생했었다고 주장했다.

올라프손은 이 터무니없는 역학 관계에 혀를 내둘렀다. 모든 위험은 소니가 부담하는데 닌텐도가 전 과정을 통제할 권한을 가지고 수익 대부분을 가져갔다. 그는 이미지소프트 게임 ‘슈퍼 스시 핀볼(Super Sushi Pinball)’이 불합격 평가를 받고 출시되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 이들의 행태에 실망한 수준을 넘어 넌더리가 났다. 게임이 쓸 만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사실 그런 부분은 관심도 없었다. 소니는 이 게임을 만드는 데 백만 달러 가까이 썼다. Finally a game that tastes as good as it plays.(마침내 재미있는 만큼이나 맛도 좋은 게임이 등장했다.)라는 기발한 광고 문구를 만들고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들어간 비용만 해도 백만 달러가 넘었다. 이렇게 큰 투자를 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제품의 성패는 닌텐도가 아니라 소비자가 정해야 마땅했다. 이런 상황은 결코 옳다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닌텐도 본사를 방문해서 방정식의 균형을 맞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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