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올라프손은 로비를 둘러보는 자신의 태도에서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는 소리 지르고 화내러 온 게 아니었다. 그는 소니와 닌텐도가 공동의 이익을 최고로 끌어올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기에 온 것이었다. 어쨌거나 소니와 닌텐도는 오랜 기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소니는 슈퍼 패미컴 오디오 칩 제조사였고 내년에는 CD 기반 게임기 사업 합작 투자 때문에 그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예정이었다. 두 회사는 서로를 필요로 했고 이러한 사실이 관계의 모든 면에서 뚜렷이 나타나야 마땅했다.

“드디어 만나 뵙게 되었군요.” 진지한 인상의 하워드 링컨이 그를 반겼다. 긴 얼굴에 선한 눈매를 지닌 키가 큰 사내였는데 말투에서는 상무라는 직함에 걸맞은 위엄이 배어 나왔다. 강한데도 허세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먼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라프손은 일어서서 악수했다. “무슨 말씀을. 당연히 와야죠.”

“레드먼드가 좀 외진 곳에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발버둥 치며 살아야 하는 바쁜 도시의 삶으로부터 잠시 쉼표를 찍는 느낌입니다.” 올라프손은 자신의 목소리에 어디 출신인지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딱 적당한 양의 유럽 억양을 넣었다. 세상 물정을 잘 아는 느낌은 내되 허세 부리는 것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적절한 표현입니다. 본격적인 얘기는 회사 내부를 좀 보여드리고나서 시작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링컨이 말했다.

“좋습니다.” 올라프손은 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앞장서시면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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