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몇 주 후, 칼린스키는 CES가 열리는 동안 세가 직원 스무 명과 함께 묵을 라스베이거스 알렉시스 파크 호텔에 체크인했다. 쓸데없는 모험은 하지 않기로 했기에 이들의 기대치는 낮았다. 그런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이들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세가는 박람회가 열리기 전 소매업체를 상대로 사전 영업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데모는 작동하지 않고 아트 디자인은 뒤섞여버렸으며 AV 시스템은 계속 오류가 났다. 닐슨조차 고치지 못했다. 자신들이 어려운 전략을 들고 나왔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스스로 오합지졸이라고 느낄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마텔에서는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실패하면 그의 책임이었다. 세가 직원들이 미흡하다면 그 또한 이들을 준비시키지 못한 그의 책임이었다. 그는 대표이자 CEO로서 자신이 받아야 할 것보다 더 많은 공을 인정받는 대신 자신이 받아야 할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난 또한 받아야 했다. 그게 세상의 이치였다.

재난 같은 상황이었다. 그는 연단에 올라 세가의 평판을 구제해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평소 그에게 쏟아지던 압도적인 반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잠시 소닉 데모와 ‘4단계 공략법’을 꺼내 들고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마저 느꼈다. 빨간색의 커다란 비상 단추를 누르는 느낌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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