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닌텐도 기자회견장은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기대감에서 오는 설렘과 호기심 그리고 박수 소리로 가득했던 마텔의 기자회견장이 문득 그리웠다.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에서 영업 및 마케팅을 맡은 부사장 피터 메인이 연단에 오르자 우레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메인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갈색 눈에 존 레넌이 떠오르는 둥근 안경을 쓴 대머리 남성이었다. 그는 차분하게 관중을 진정시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제 곧 일어날 멋진 일들을 여러분께 말씀드리려니 저도 무척 흥분되는군요.” 메인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메인도 칼린스키처럼 발표에 강했다. 하지만 많은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칼린스키는 탈의실에서 선수들을 응원하는 코치 같았고 메인은 함께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펍의 바텐더 같았다.

메인은 슈퍼 패미컴이 일본에서 거둔 성공에 관해 홍보한 뒤 모두가 궁금해하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닌텐도의 16비트 게임기 미국 출시일이 그해 말로 잡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닌텐도가 1990년 매출 최고 기록을 달성했으며 NES720만 대, 소프트웨어는 수백만 장을 판매하면서 미국에서 34억 달러 매출을 올렸다고 알렸다. 이렇게 엄청난 기록이 분석가들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기대에는 한참 못 미쳤습니다. 지난 6월 걸프전이 발발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불황으로 인한 경기 변동성까지 더해져 판매에 큰 지장을 주었습니다.” 칼린스키는 실망스러운 매출액을 중동 분쟁 탓으로 돌리는 메인을 보면서 참 역설적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사람들은 걸프전을 ‘첫 번째 닌텐도 전쟁’이라고도 불렀다. 당시 기자들이 전쟁 현장을 비디오게임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도한 까닭에 붙은 별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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