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닌텐도는 소니 몰래 필립스와 계약을 맺었다. 필립스가 슈퍼 닌텐도에서 CD로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줄 CD롬 드라이브를 만드는 것이 계약 내용이었다. 게다가 닌텐도가 제작할 CD 게임은 필립스의 CD-I 플레이어와 호환되게 하기로 했다. 그러면 닌텐도는 양쪽 게임기에 들어가는 모든 CD 게임의 저작권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의 계약서는 상호 믿음을 기반으로 간결하게 작성되는 편이어서 계약을 깨더라도 위약금 없이 소니를 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소니가 공개 망신을 당하도록 필립스와 몰래 맺은 계약에 대해 소니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
대부분의 기자가 올라프손에게 관심을 쏟고 있는 사이 <포천(Fortune)> 기자가 홀로 떨어져 나와서 회견장 뒤에 있는 칼린스키와 닐슨에게 슬렁슬렁 다가왔다. “이런 기사 제목 어때요? ‘닌텐도 기자회견장에 불청객으로 나타난 세가 경영진, 벌벌 떨며 자리를 뜨다.’” 이런 질문이 이 기자가 자신을 소개하는 방법이었다.
“이런, 이런, 닌텐도의 열렬한 팬 나셨군요.” 닐슨이 말했다.
기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말도 안 돼요. 저는 기자로서의 중립성을 종교처럼 지키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뭐 할 얘기라도 있어서 오신 건가요?” 칼린스키가 물었다.
기자는 고소해하는 눈빛으로 닐슨을 바라보며 답했다. “수퍼 닌텐도는 전체 32,768색상을 표현할 수 있고 화면에 256색상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8채널 사운드를 갖추었고 클럭 속도는 3.58Mhz입니다. 세가는 이제 어떻게 닌텐도에 맞설 생각입니까?”
칼린스키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까, 기자로서의 중립성이라고 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