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상대 팀에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투수가 있는 야구팀처럼 세가 직원들은 자신들의 눈앞에 일어나는 일에 동요하지 않고 평소처럼 일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오래 꿈꿔온 만큼 남들이 보지 않을 때는 몰래 미소와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칼린스키도 자신이 이런 결과를 미리 예견한 사람답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배어나오는 웃음을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기분 좋아진 그는 닌텐도 부스 중앙에 있는 안내실에 가서 아라카와를 만날 수 있는지 물었다. 그에게 이긴 걸 자랑하려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무례하게 굴 생각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라카와의 바쁜 일정 때문에 ‘사랑과 전쟁에서는 모든 일이 정당화된다’는 주제로 우호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를 잃었다.

“오후에는 가능할까요?” 칼린스키는 희망을 품고 다시 물었다.

“죄송합니다. 이미 모든 일정이 찼습니다.” 안내 직원이 말했다. 그는 칼린스키가 누구인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칼린스키는 다음 날, 그다음 날도 약속을 잡으려 해보았다. 심지어 두 달 후 시애틀에서 만날 기회라도 없겠느냐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아라카와 씨는 무척 바빠서 만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칼린스키는 그가 어떤 상대와 맞서고 있는지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내 직원에게 고맙다고 한 후 닌텐도의 거대한 부스를 돌아보며 아라카와가 있는지 샅샅이 살펴보았다. 아주 ‘슈퍼’하지만은 않은 슈퍼 닌텐도를 처음 본다는 사실에 들떠있는 사람들 사이, 어딘가에 그가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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