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번스는 모험하는 쪽을 택했다. 세가의 영업 부서를 맡은 그는 제네시스를 비롯해 비디오게임이라는 것에 자신이 과거 소니에서 팔던 음향기기, 비디오테이프 녹화기, 캠코더 같은 소비자 가전제품 이미지를 입히는 작업에 착수했다. 번스는 에스키모에게 얼음을 팔라고 해도 팔 수 있을 정도로 영업 일이라면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막상 세가에 오자 세가의 이미지 쇄신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그의 전임자는 정리정돈을 끔찍이 싫어했거나 아니면 반대로 혼돈을 너무나 사랑한 사람이었던 게 분명했다. 파일 정리 체계가 없는 건 담당자가 귀찮아지는 정도에서 그럭저럭 마무리될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구조적인 영업 체계가 없다는 건 말 그대로 돈을 내다 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시 세가에는 소매업체들이 주문한 게임기나 게임이 무엇이었는지에 관한 기록만 약간 남아있을 뿐 판매량 기록이나 어떤 제품의 가격을 인하했고 어떤 제품이 반품되었는지 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특히 개발에 8개월, 제작 및 배송에 2개월이 드는 업계의 작업 환경을 고려한다면 이런 영업 정보는 단순히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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