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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주 차: 제네시스 반대 연합

“다시 한번 봅시다.” 칼린스키가 말했다. 마이클 카츠와 함께 예전에 ‘Nintendont’ 광고를 만들었던 광고 대행사 보젤(Bozell)의 영업 담당 임원들이 세가 마케팅 팀과 만나서 전국에 내보낼 소닉 더 헤지혹의 첫 광고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화면 속에서는 멋진 안경을 쓴 사서 차림의 여성이 책상 앞에 앉아서 카메라를 향해 성스러운 수녀 같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제네시스 반대 연합’이라는 가상 조직의 대표인 그녀는 소닉의 엄청난 속도와 잘난 체하는 태도를 두고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낸 후 왜 ‘착한 마리오’를 닮지 못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마쳤다. 두 번째 재생을 마친 임원은 기대에 차서 물었다. “어떤가요?”

모든 이들의 시선이 칼린스키를 향했으나 그는 잠시 입을 열지 않고 기다렸다. “어떤가요?” 상대의 억양을 그대로 따라 말하는 칼린스키의 목소리에는 아무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그게 단가요? 그래서 어쩌라는 얘깁니까? 이 여자는 소닉을 무시하라고 했지만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까? 핵심이 뭡니까?”

칼린스키가 회의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진짜로 묻는 겁니다. 이 광고의 핵심이 뭡니까? 어떤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겁니까? 이 광고를 본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는 겁니까?”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 칼린스키의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사무실에서는 말이다. 그는 이 광고의 존재 이유를 계속 물었다. 딱히 괴롭힐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친절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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