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그녀는 여성이 일하는 걸 멋지다고 보는 게 아니라 귀엽다고 보는 시대에 자랐음에도 이러한 통념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순히 ‘아무’ 직장, ‘아무’ 자리, ‘아무’ 입지나 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녀는 늘 ‘최고’의 직장, ‘최고’의 자리, ‘최고’의 입지를 원했고 자신의 그러한 성향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실제 ‘최고’의 자리를 얻는 일은 드물었기에 ‘아무’ 상황에나 머무르는 일이 자주 있었지만 그렇게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그녀의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부정적인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있었고 자신의 키가 180센티미터까지 큰 것도 신께서 크게 생각하라는 계시를 자신이 아주 쉽게 깨달을 수 있는 방식으로 주신 걸로 해석했다. 세상이 아무리 참여할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행운인 줄 알라고 그녀를 가르치려고 해도 그녀는 그런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고 세상을 가르쳤다.

적어도 지금까진 그랬다. 기가 완전히 죽은 건 아니지만 그런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자신이 믿어온 세계관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스쿼 밸리에 온다는 건 그녀로서는 백기를 든다는 의미였다. 1990년 그녀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는 링콘 센터에 입주한 회사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그 회사는 건물 1층에 소규모 소매용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가게 전면을 사진, 스케치, 거대한 리조트 건축 모형으로 장식했는데, 장식으로 쓴 건축 모형이 너무 커서 문 유리를 설치하기 전에 가게 안에 먼저 들여놓아야 할 정도였다. 1991년에 리조트를 대중에 공개한 후 회사는 밴 버스커크를 그 리조트 담당자로 임명했다. 그녀는 리조트가 있는 산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모든 일이 벌어지는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를 떠난다는 게 두려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결국 전화벨이 울리지 않을까 기대에 차서 자꾸 전화기를 바라보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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