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생각씩이나 해볼 게 있습니까? 우리가 그리스 철학자라도 된답니까? 그냥 지금 결정하시죠, 소크라테스 아가씨. 닐슨과 점심 자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녀는 그의 마지막 말을 듣고 마음이 편해졌다. 그녀는 레이스를 높이 평가했다. 그에게는 사람들이 불가능한 일을 해내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회사를 자주 옮긴다는 게 문제였다. 도전할 여지가 부족하다 생각해 그가 지루함을 느껴서 그럴 때도 있고 과하게 오래 눌어붙어 있느라 회사의 눈총을 받아서 그럴 때도 있었다. 그녀가 세가라는 회사에 가기로 결정한다 해도 레이스가 이미 사라지고 없을 가능성도 있었기에 일과 생활 면에서 레이스보다 느긋할지도 모를 사람을 만나두어서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다.

닐슨은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있는 한 중식당에서 밴 버스커크와 점심을 함께했다. 닐슨은 레이스로부터 반드시 ‘그녀를 낚아오라’는 지령을 받고 그 자리에 나갔다. 그는 자신의 사람 낚는 기술이 꽤 괜찮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꼭 그 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쇼핑몰 투어 행사를 도와줄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한 건 맞지만 레이스가 과연 자신과 비슷한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레이스는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데다 자신의 잘못을 잘 사과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닐슨은 상대가 긴 머리에 매니큐어를 바른 여성일지언정 성격은 레이스와 비슷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마음을 비우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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