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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주 차: ‘천둥소리’ 전략

사무실에 앉아 있는 칼린스키의 귀에 복도 너머에서 앨과 폴이 천둥처럼 시끄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용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앨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했고 폴은 평소처럼 냉정하게 절약하자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리우가 악역 연기에 심취해 내는 고성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칼린스키지만, 오늘은 집중을 방해하는 어떠한 잡음도 원치 않았다. 슈퍼 닌텐도 출시가 코앞에 있었기에 평상시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했던 시간이 마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처럼 느껴졌다. 그는 교수형을 면하려면 새 광고를 빨리 준비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보젤의 광고 담당자와 함께 작업해왔지만, 그들이 내는 결과물은 늘 기대 이하였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좋은 사람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정도로 충분했던 시절은 여름이 시작되면서 사라져버렸다. 칼린스키는 나카야마와 일본 이사회로부터 어렵게 승낙을 받은 후 광고 대행사를 바꿀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적당한 회사를 찾으려면 수개월의 시간과 상당한 자금을 들여야 하는데 당시 세가에는 이 두 가지 자원 다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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