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세가는 8비트 마스터 시스템용 게임을 16비트 제네시스에서 작동하게 해주는 파워 베이스 컨버터(Power Base Converter)라는 변환 장치를 35달러에 팔았다. 마스터 시스템이 있는 사람이 매우 적은 데다 파워 베이스 컨버터를 파는 가게도 찾기 어려웠기에 산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가는 자신들이 닌텐도보다 고객의 입장을 더 생각한다는 증거로 이런 장치의 존재를 자랑하곤 했다. 그 덕분에 이 제품은 곧 세가에서 가장 적게 팔린 동시에 가장 가치 있는 제품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변환 장치는 세가 관련 문제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소닉 더 헤지혹이라는 훨씬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세가 메가 드라이브용으로 나와서 가벼운 성과를 거둔 데 그친 이 캐릭터가 미국에서는 출시와 동시에 동경의 대상으로 우뚝 섰다. 마치 소닉의 빠른 속도와 태도 그리고 에너지가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과 조지 H. W. 부시(George H. W. Bush) 대통령의 재임 십여 년간 이어진 보수 정치 시절을 지나서 맞이한 1990년대의 새 희망을 상징하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세가의 대표를 만날 생각조차 없는 아라카와 미노루가 자신이 한 말이 칼린스키의 귀에 들어갈 것을 아는 한 이러한 사실을 인정할 리 없었다. 아무리 진실을 말해야 하는 증인석에 섰다 하더라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스스로 자기 생각을 밝힐 리도 만무했다. “네, 그들은 슈퍼 마리오를 보고 그와 비슷한 제품을 만들기 원했습니다.” 이렇게 답한 후 그가 할 수 있는 건 앉아서 다음 질문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질문은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다. 절대 끝날 것 같지 않은 텐겐과의 전투처럼 말이다.

신간 소식 구독하기
뉴스레터에 가입하시고 이메일로 신간 소식을 받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