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나카야마만 뺀다면 말이다. 회사가 거둔 성과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그의 발을 무대에 묶어놓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반짝이는 눈, 끄덕이는 고개, 입가에 어린 미소는 그가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만족하고 있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연회장 구석 자리에서 십 년 전에 유행한 정장을 입은 두터운 턱을 지닌 남자와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행사를 기념했다. 상대는 나카야마의 친구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세가의 창업자 데이비드 로젠(David Rosen)이었다.

나카야마와 로젠이 함께 앉아있는 장면이 칼린스키의 시야에 포착되었다. 두 사람이 앉아 있는 방향으로 손을 흔들었으나 반응이 없었다. 못 봤나보다 싶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상대를 심리적으로 조종하겠다는 이상한 심보로 일부러 무시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린스키가 일을 하며 만난 사람들 중에 이상하기로는 나카야마와 로젠이 일이 등을 다투었다. 둘이 서로 존중하는 사이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이 둘의 성격은 정반대였고 이들 사이에 놓인 지리적인 거리도 멀었다. 덕분에 세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인물, 즉 회사를 세운 사람과 그 회사를 자신의 상상대로 만든 사람 사이에서 수십 년에 걸쳐 독특한 드라마가 전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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