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1965년 로젠 엔터프라이즈는 일본의 유명한 주크박스 회사 일본 오락 물산(Nihon Goraku Bussan)과 합병했다. 로젠은 도쿄에서 가장 큰 생산 시설을 소유하고 있는 일본 오락 물산이 설비를 놀리고 있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로젠은 새 사업의 대표를 맡아 일본 오락 물산이라는 말을 영어로 옮긴 ‘Service Games’의 앞 자를 따서 ‘세가 엔터프라이즈(SEGA Enterprises)’라고 이름을 붙였다. 1년 후 세가는 첫 번째 제품으로 전기기계식 잠수함 게임을 제작했다. 디지털 코드, 컴퓨터 칩, 컬러 화면이 개발되기 전이었기에 이 전기기계식 게임은 스위치, 계전기, 모터, 발광체로 빽빽이 채운 장치에서 작동했다. 이러한 게임은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진화하며 곧 등장할 아케이드 비디오게임과 비교하면 주먹구구로 만든 장난감에 가까웠다. 하지만 1966년 기준으로 볼 때 세가의 전기기계식 게임은 당대에 유행하던 핀볼 게임기나 스키볼 게임기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가는 혁신적인 장치였다. 빨간색과 회색으로 장식하고 정면에 실제 잠망경을 붙여서 장식한 이 장치는 길이 3미터, 폭 2미터에 이를 정도로 커다랬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면서 적의 함선을 겨냥해 어뢰처럼 생긴 조명을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공격에 성공하면 빨간 조명이 점등되면서 폭발음이 났고 실패하면 ‘쉭’ 하고 기운 빠지는 효과음뿐이었다. 다른 게임보다 2배나 비쌌지만 잠망경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를 그대로 이름으로 붙인 ‘페리스코프(Periscope)’는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게임은 회사에 현금을 대주면서 후일 로젠이 국제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밑천이 되어주었다. 여기서 얻은 자본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수입한 게임을 일본에 파는 대신에 일본에서 직접 만든 게임을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링으로 구역을 나누어 각기 다른 점수를 배점한 게임판 위에서 공을 굴려 안착하는 위치에 적힌 점수를 득점하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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