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나카야마 하야오는 고도로 계층화된 일본 사회의 사다리 정상까지 올라가길 열망하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이름 없는 미천한 집안에서 태어나 마구잡이로 살아온 사람이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란 무척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과거라는 콘크리트 블록이 발목을 붙잡는다고 느끼면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은행이든 식당이든 사회적 지위든 그의 과거 때문에 문을 열어주지 않는 곳이 있다 해도 그는 자신의 비상한 머리와 뛰어난 회복력으로 어떻게든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의대에 진학했지만 중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때 주크박스를 임대하는 회사에서 영업 사원을 구한다는 신문 광고를 보고 그는 이 기회를 활용해서 한 계단 더 올라가보기로 했다. 늘 휴가 계획을 짜느라 바빠 보이는 배부른 상류층 자본가과 달리 그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관해 밑바닥에서부터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타인의 실패나 무능력, 불안감을 기막히게 탐지해내는 자신의 초자연적인 재능을 발휘해서 회사를 변화시킬 많은 방법을 찾아냈다. 특히 아케이드 업계에 진입해야 한다고 회사를 설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의 통찰력은 회사에서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그는 회사를 떠나 게임기 정비 및 수리까지 책임지는 아케이드 유통 전문 업체 에스코 트레이딩(Esco Trading)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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